요즘 아침이면 공장 앞 고양이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습니다. 어제도 그제도, 같은 자세로 사람들을 바라보지요. 이름이 자꾸 붙을 것 같아 일부러 말을 걸지 않았는데, 어느새 작업자들 사이에선 ‘소장님’이라 불리고 있더군요. 아무도 오라 하지 않았지만 제자리를 찾듯 오는 그 고양이를 보며, 쌩뚱맞게 오늘 주문한 스토버 너트 생각이 났습니다.
자리를 지키는 뭔가가 있다는 건, 그 자리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뜻일 겁니다. 작지만 꼭 필요해서 존재하는 것. 스토버 너트도 그렇습니다.
스토버 너트, 그냥 아무거나 쓰면 안 되는 이유
며칠 전, M10, M13, M14 사이즈의 스토버 너트를 대량 발주했습니다. 총 3종류인데, 사용처는 로터베이터의 조립 라인 중에서도 특히 ‘사이드 보조스키’와 프레임 결합 부분이었습니다. 이 부위는 언제나 그렇듯 ‘떨어지지 않아야 하는’ 부위입니다.
스토버 너트(Stover Nut)는 흔히 흔들림에 강한 너트로 분류됩니다. 일반 육각 너트와 달리, 끝단의 구부러진 부분이 볼트와 더 튼튼하게 맞물리도록 설계돼 있지요. 로터베이터처럼 진동이 크고, 자갈/흙/습기와 한몸처럼 부딪히는 장비에서는 이런 사소한 요소 하나가 장비 전체 수명과도 직결됩니다.
조립 단계에서도 스토버 너트만큼은 항상 ‘재사용 금지’로 표시합니다. 풀렸다 조였다를 반복하면 고정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늘 납기보다 미리, 수량보다 조금 여유 있게 확보해두려 하죠.
도면 하나에도 시행착오가 숨어있다
사이드 보조스키 도면은 항상 오래 걸렸습니다. 기본 구조야 전작과 유사하지만, 실제 조립해보면 용접각도 하나, 볼트 위치가 미묘하게 달라 다섯 번 넘게 수정했습니다. 결국엔 설계 엔지니어와 조립팀이 현장에 모여 오차 거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서야 결론이 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게 바로, “기존 육각 너트 대신 스토버 적용” 이었죠. 회전부와 연결되는 구조상 황동 와셔만으론 부족했고, 진동 지속시간을 고려했을 때 자가잠김 기능이 있는 너트가 필요했던 거죠. 결과적으로, 소모품 하나 바꿨을 뿐인데도 고장률을 크게 낮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사소한 실패’에서 생긴다
부품 하나 잘못 고르면 피해 비용이 한두 푼이 아닙니다. 현장 중단→다시 주문→작업 대기→납기 지연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단순히 단가가 싼 부품을 찾을 게 아니라, ‘왜 이걸 써야 하는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사실 큰 부품은 골라야 할 데가 정해져 있지만, 이런 너트류/핀류/와셔류는 “비슷하게 생긴” 게 워낙 많아 헷갈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주요 보조부품 리스트에도 항상 선택 이유와 적용 위치를 함께 정리해놔요. 그래야 새로운 공급처와 이야기할 때든, 제작 공정에서 실수를 줄일 때든 기준이 생기니까요.
잊히기 쉬운 것에 신경써야 무너지지 않는다
로터베이터 같은 농기계는, 평소 잘 떠올리지 않는 곳에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조인트 핀이 풀려 기계가 탈착되거나, 초기 장력 세팅이 잘못돼서 경운날이 들썩이거나—이런 사고는 대부분 부품 하나, 볼트/너트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기계라는 건 크게는 정말 크지만, 가장 작게 보면 1mm 단위의 금속 조각으로 이뤄진 존재입니다. 높은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문제를 막는 건 ‘디테일을 반복해서 점검하는 태도’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고양이 소장님은 어제보다 조금 다른 자세로 앉아 있었습니다. 전엔 경비실 쪽을 바라봤는데, 오늘은 로터베이터 조립동 쪽을 보고 있더군요. 우연일지 몰라도, 거기서 M형 모델 뒷커버 조립이 막 끝난 참이었습니다.
작은 것들이 자리를 지킨다는 건, 그 자리가 흔들리면 안 되는 위치라는 뜻일 겁니다. 스토버 너트도, 사이드 보조스키 도면도, 그리고 현장에서 매일 손에 기름 묻히는 작업자들의 감각도 마찬가지죠.
그린맥스는 그런 자리를 지키고자 늘 부품 하나에도 묻습니다.
“이게 지금 여기에 꼭 있어야 할 이유가 있나?”
그 이유를 찾고, 확인하고, 반복하는 게 바로 우리가 만드는 ‘신뢰’라 믿습니다.
그린맥스 강대식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