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오후, 에콰도르로 나가는 컨테이너가 공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직원들과 마지막 적재 확인을 마치고, 트럭이 멀어지는 걸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뜬금없이 처음 창고 하나 얻어 로터베이터를 조립하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공장도 없었고, 직원도 몇없던 시절이었죠.
손으로 조였던 첫 볼트
처음 농기계를 만든 건 누가 시켜서가 아니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던 분야였고, 솔직히 말하면 시장성도 불투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땅이면 이런 기계가 필요할 것 같다’는 감각이 있었고, 그걸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감각 하나로, 낮에는 조립하고 밤에는 도면 정리하며 몇 달을 보냈습니다. 첫 모델은 말 그대로 테스트용이였지만, 차기 모델부터는 농장으로, 다시 다른 농장으로 조금씩 알려졌갔습니다. 그렇게 한 대, 두 대 늘어나면서 지금의 ‘그린맥스’라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이름을 지을 땐 마땅한 단어가 없어, 그냥 ‘녹색 기술이 최대한 잘 작동하자’는 마음으로 붙였던 것인데, 시간이 지나니 그 이름에 책임이 따라오더군요.
수출이라는 단어가 처음 낯설지 않았던 이유
이번 에콰도르 수출도, 처음부터 큰 계약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국의 농업 환경을 조사하고, 어떤 기계가 필요한지부터 하나씩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현지 담당자와의 첫 미팅에서도 “이 기계가 정말 우리 밭에서 작동할까요?”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 말이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저희가 늘 고민해온 질문이기도 했으니까요.
그 후 여러 차례 영상 자료를 공유하고, 현지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세부 스펙을 조정했습니다. 단순히 스펙을 바꾸는 게 아니라, 현지 농업 구조에 맞는 작업 흐름까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이 과정은 사실, 20년 전 제가 처음 볼트를 조였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땅을 보고, 사람을 보고, 거기에 맞는 기계를 만든다는 점에서요.

사람과 기술, 그 사이에서 나오는 무언가
수출이란 건 단순히 물건을 보내는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밭에서, 그 사람이 기대한 대로 기계가 작동하길 바라는 일이죠. 그래서 매번 기계를 보낼 때 마음이 복잡합니다. 제품 하나하나는 완벽하게 만들었지만, 현장에서의 조건은 늘 예측 밖이기 때문입니다.
에콰도르 출하 준비 중에도 마지막까지 수정된 게 있었습니다. 기계의 문제가 아니라, 포장 방식이었습니다. 현지에서 한 명이 들 수 있는 단위로 조정하고, 햇빛과 습기에 견딜 수 있도록 커버 재질을 바꾸었습니다. 작은 변화지만, 이런 조정이 기계를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도구’로 만들어줍니다. 그것이 기술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길의 끝에서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들
회사를 이끌면서 수많은 결정을 해왔습니다. 어떤 제품을 만들지, 어떤 시장에 들어갈지, 누구와 함께할지. 그중 단 한 번도 쉽게 결정된 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결정의 중심에는 항상 ‘현장을 위한 기계’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에콰도르 수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남미로 물건을 보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곳의 농업 현장 안에 저희 기술이 들어가고, 그 기술이 누군가의 일에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일입니다. 그래서 수출 컨테이너가 멀어지는 걸 바라보며, 저는 오히려 시작점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땅과 사람 사이에서
기계는 결국 땅 위에서, 사람 손에 의해 작동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현장에서 쓰이지 않으면 무의미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늘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가’를 가장 먼저 묻습니다. 그 질문이 저희 기술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입니다.
이번 에콰도르 수출이 순조롭게 적응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현지 농장에서 “이거, 그냥 이렇게 쓰면 돼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한마디가, 저희가 걸어온 길을 증명해주는 가장 단단한 피드백이니까요.
그린맥스 대표이사 강대식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