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창고 한쪽에선 낯익은 자재 박스가 조용히 쌓여 있었습니다. 전북에서 오래 거래해 온 업체 쪽에서 주문한 로터베이터 부품들이었죠. 출하를 앞두고 마지막 검수 작업에 들어가기 전, 잠깐 손을 멈추고 박스를 한 번 훑어봤습니다. 지난달에도 비슷한 수량이 나갔지만, 이번엔 유독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거, 안 흔들리나 한 번만 더 봐줘.”
작업하던 직원이 박스 하나를 살짝 들어보며 말했습니다. 출하 전에 자주 나누는 말이긴 한데, 이날은 조금 더 진지(?)했습니다. 로터베이터처럼 구조가 복잡한 장비는, 부품 하나만 어긋나도 현장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작업자 세 명이 동시에 포장 풀고 다시 확인을 시작했죠. 설명서엔 문제 없는 구조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조립하는 분들 입장에선 ‘이건 왜 이렇게 포장했지?’ 싶은 경우가 생깁니다. 그걸 미리 막는 게 저희 몫이기도 하고요.
납품 준비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건
사실 제품 자체보다 더 오래 걸리는 건, 늘 포장과 고정 작업입니다. 특히 로터베이터는 부피에 비해 무게중심이 애매해서, 흔들림 없이 고정하려면 완충재를 자를 때도 각을 따져야 합니다. 이번 출하분엔 보강용 목재 스트랩을 하나 더 추가했는데, 그 결정은 지난번 클레임 이후부터 정착시킨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운송 중 흔들렸대요’라는 말로 끝났던 피드백이, 요즘은 사진이며 영상까지 함께 옵니다. 그래서 출하 전 고정 테스트도 일종의 시뮬레이션처럼 바뀌었죠. 박스 흔들림 체크, 스트랩 장력 확인, 충격 흡수 패드 위치까지, 출하가 임박할수록 오히려 점검 항목은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같은 부품, 같은 수량이어도
이번 출하처럼 1:1로 수량이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오히려 드뭅니다. 보통은 500개 중에 3개는 예비용, 2개는 QC 샘플로 빠지고, 하나는 사양 변경으로 다음 작업으로 넘겨집니다. 그런데 이날은 딱 수량이 맞아떨어졌죠. ‘이럴 땐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게 현장 직원들끼리 공유되는 말입니다.
실제로 마지막 박스를 닫기 직전에, 고정핀 하나가 규격보다 살짝 짧은 게 발견됐습니다. 수치상으론 오차 범위지만, 이전에 같은 핀을 썼던 적이 없어서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이 결정은 10분을 더 쓰게 만들었지만, 오히려 출하 후 전화 한 통 줄이는 셈이죠.
검수는 무한 반복, 실수는 한번이면 충분합니다
로터베이터 같은 장비는 출하 전 검수가 대부분의 품질을 좌우합니다. 사용자가 포장을 뜯는 순간, 모든 신뢰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이번처럼 전북 지역 업체에 나가는 건, 그동안 쌓인 신뢰 때문에 더 긴장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부품들이 설치될 시점에는, 저희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건 고정 상태, 부품 위치, 포장 정리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손을 놓기 전까지는, 할 수 있는 걸 다 해두려고 합니다. 출하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이, 실은 다시 시작하는 순간이기도 하거든요.
그린맥스 대표 강대식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