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문을 나서는데, 공기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아직 해가 높지 않은 시간인데도 손끝이 살짝 시립니다. 계절이 바뀌는 걸 가장 먼저 느끼는 순간은 늘 이럴 때인 것 같습니다. 기계음보다 먼저 다가오는 찬 공기, 출근길의 숨결, 공장 바닥에 닿는 신발 소리까지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작업복 위에 점퍼를 하나 더 껴입고 현장에 들어섰습니다. 벌써부터 히터를 찾는 손길이 많습니다. 기계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돌아가지만, 사람의 손은 계절 앞에 조금 더 느려지고 조심스러워집니다. 차가운 금속을 잡는 손끝에선 특히 그렇습니다.
오늘은 출하가 있는 날입니다. 포장 전 최종 검수까지 마치고, 트럭에 실리기 직전까지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자재의 성질도, 작업자의 컨디션도 미세하게 변하곤 합니다. 그래서 작은 오차 하나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손에 익은 작업이라도, 그날그날 체크리스트는 꼭 다시 짚습니다.
출하라는 건 결국 책임의 마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물류 과정이 아니라, 우리가 지난 며칠 혹은 몇 주를 쏟아부은 결과가 세상 밖으로 나가는 순간이니까요. 그래서 계절이 바뀐다는 것, 날이 추워졌다는 것조차도 그냥 흘려보낼 수 없습니다. 작은 변화가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출하분도 무사히 마무리됐습니다. 트럭이 공장 문을 나설 때, 잠깐 멈춰서 하늘을 보았습니다. 잿빛이지만 맑은 느낌이 드는 가을 하늘. 바람은 확실히 겨울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다음 출하는 아마 더 두꺼운 옷을 입고 맞이하게 되겠지요.
출하는 끝이면서도 또 다른 시작입니다. 그만큼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갔다는 의미니까요.
그린맥스 강대식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