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에서 날아온 한 통의 전화
1월의 중순, 오후의 햇살이 창가에 비스듬히 걸려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어수선해진 자리를 한창 정리하던 중이었죠. 작업복에 묻은 톱밥과 먼지를 털어내며 잠시 숨을 돌리려던 찰나, 정적을 깨고 전화기 진동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화면에 선명하게 뜬 이름은 ‘예산군 농업기술센터’.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담당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평소의 차분함 대신 약간의 다급함이 섞인 목소리 였습니다.
“사장님, 혹시 지금 킹로타리 한 대, 급하게 납품이 가능할까요?”
1월 중순이면 현장은 이미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기운으로 꿈틀대기 시작합니다. 농민들에게 로타리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는 걸 알기에, 담당자의 '급하다'는 말은 제게 무엇보다도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작은 요청 하나도 감사한 마음으로
예산농업기술센터의 요청처럼, 갑작스럽고 수량이 적은 납품은 자칫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1대 납품이라도, 그 장비가 내일 오전 첫 밭갈이에 들어가야 한다면, 그건 저희에겐 중요한 작업입니다
이런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1대 납품이면 금방 끝나는 거 아니냐고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 1대가 전체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처럼 농업기술센터로 납품되는 경우, 장비 하나하나가 테스트 대상이 되기도 하고, 추후 확산 여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니까요.
결국 납품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책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오후였습니다. 급박한 요청일수록 검수는 더 까다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사히 상차를 마치고 멀어지는 차를 보며, 오늘 오후 내내 흘린 땀방울과 깨끗하게 정돈했던 작업장의 공기를 떠올렸습니다. 준비된 공간에서 준비된 마음으로 마주했기에, 갑작스러운 부름에도 흐트러짐 없이 응답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그린맥스는 철판을 깎고, 선반을 돌리고, 도면을 다시 펼칩니다. 그 안에 담긴 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누군가의 작업이 멈추지 않도록 하고 싶은 저희의 마음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