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공장이 멈췄을 때, 우리는 뭘 먼저 챙겼을까 – 변압기 고장과 그날의 대응

2025. 9. 12.
그린맥스
3분 읽기
갑자기 공장이 멈췄을 때, 우리는 뭘 먼저 챙겼을까 – 변압기 고장과 그날의 대응

9월 중순, 낮에는 아직 햇볕이 따갑지만 아침저녁으론 확실히 가을 기운이 느껴집니다. 공장 마당 한쪽에 놓인 감나무 잎도 조금씩 노란빛을 띠며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더군요. 하루가 다르게 계절이 바뀌는 걸 보면, 기계보다 자연이 더 정밀한 시계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날, 그 정밀한 흐름을 멈추게 만든 일이 있었습니다. 9월 11일 오후, 평소처럼 현장 마감 정리를 하던 중, 갑작스런 ‘먹통’이 시작됐습니다. 전등이 꺼지고, 기계가 멈췄고, 사람들도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공장 전체가 조용해졌습니다. 변압기 고장이었습니다.

“정전인가요?”

처음엔 단순한 정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곧 관리실에서 무전이 왔죠. “메인 변압기, 이상입니다.” 이 말은 단순한 고장이 아니라, 공장 전체가 멈춘다는 의미입니다. 다행히 마감 정리 중이긴 했지만 그 순간부터 절단기도, 용접기도, 컨트롤 패널까지 모두 멈췄습니다. 라인도 전력 차단으로 정지됐고, 일부 가공 중이던 소재들은 기계에 그대로 멈춰버렸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상황에서 ‘누가 뭘 먼저 해야 하는가’였습니다. 저희는 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비상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막상 닥치면 매뉴얼보다 빠른 건 사람의 판단입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기계 상태 점검’이었습니다

정전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전력 재공급 후의 ‘과전류’입니다. 그래서 먼저 한 일은 모든 메인 스위치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이어서 생산팀은 각 기계별로 긴급 정지 상태를 점검했고, 품질팀은 작업 중 멈춘 제품들의 상태를 촬영해 기록했습니다. 그날 가공 중이던 알루미늄 부품 일부는 다시 세척 후 재가공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납기 일정이 밀릴 수 있지만, 저희는 부품의 품질보다 우선하는 게 없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다음 공정으로 넘기는 일은 절대 없기 때문입니다.

공장 멈춘 날, 평가 신청서를 올렸습니다

사실 이날은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뿌리기업 전문 인증’ 현장평가를 신청한 날이었죠. 타이밍이 참 묘했습니다. 공장은 멈췄고, 시스템은 정지됐지만, 저희는 오후 늦게까지 사무실 불을 켜고 평가 신청서류를 마무리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상태에서 신청해도 되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어떤 대응을 하느냐가, 오히려 우리 회사의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일 수 있다고요.

그린맥스는 단지 기계를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일이 잘 되게 만드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입니다. 그래서 변압기가 고장 나도, 작업자들이 먼저 전원 차단을 확인하고, 관리팀이 빠르게 전력 점검 일정을 잡고, 생산팀이 품질 상태부터 확인하는 이런 대응 하나하나가 결국 우리 실력입니다.

전력 복구보다 빠른 건, 사람의 움직임

다음 날 오전, 임시 변압기로 일부 전원이 복구됐고, 나머진 3일 내에 정상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복구는 그보다 먼저 시작됐던 것 같습니다. 모든 팀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아 움직였고, 그게 전체적인 피해를 최소화했으니까요.

‘뿌리기업’이라는 말에는 단단한 기술력도 있지만, 흔들림 없이 문제에 대응하는 태도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의 점검을 더 철저히 하게 되었습니다. 전력 설비 점검 주기도 조정했고, 주요 기계의 전원 리셋 프로토콜도 새로 정비했습니다.

실패를 줄이는 건 기술보다 태도입니다

이런 경험을 겪고 나니, 지난번 스토버 너트 발주 때 했던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사소한 실패가 비용을 만든다”고요. 사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변압기 하나에서 시작된 고장이었지만, 그걸 얼마나 빠르게, 정확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 됩니다.

그래서 그린맥스는 늘 묻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이 대응이, 나중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까?” 그 질문은 사소해 보여도, 결국 회사를 지탱하는 기준이 됩니다.

그날의 기록은, 다음 문제를 막는 매뉴얼이 됩니다

저희는 이번 전력 사고에 대해 내부적으로 ‘비상 상황 대응 리포트’를 작성했습니다. 단순히 기록에 그치지 않고, 다음에 또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순서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정리한 문서입니다. 이건 기술 사양서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작동하는 건, 결국 이런 ‘현장 대응력’이니까요.

앞으로도 저희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판단하고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준비 하나하나가, 고객사와의 신뢰를 쌓는 가장 현실적인 기반이라고 믿습니다.

그린맥스 강대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