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포장지 앞에서 고민했던 이유
며칠 전, 날씨 예보를 보고 부품 포장 일정을 하루 당겼습니다. 작은 부품 몇 개지만, 출하 전 포장 방식은 늘 신경이 쓰입니다. 특히 이번 건은 인도네시아로 나가는 퇴비기 부품이었죠. 고온다습한 지역 특성상, 포장 한 겹 차이로 부식 속도가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부품이란 게 그렇습니다. 완제품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존재감이 크지도 않지만, 하나라도 빠지면 전체가 성립되지 않죠. 이번에 출하한 건 퇴비기의 내장 센터축과 토출부 연결 브래킷, 그리고 간단한 실링류였습니다. 얼핏 보면 평범한 구성인데, 이게 없으면 퇴비기의 '회전'도, '배출'도 시작되지 않습니다.
퇴비기와 로터베이터 / 따로, 또 같이
퇴비기 이야기를 하면 흔히 '비료 살포기'쯤으로 단순화되곤 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만드는 퇴비기는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한 장비입니다. 단순히 살포가 아니라, 발효된 유기물을 적정 속도로 토양에 분산시키는 역할이죠. 이때 가장 많이 함께 언급되는 기계가 바로 로터베이터입니다.
현장에서 보면 두 기계는 늘 '짝'처럼 움직입니다. 퇴비기로 비료를 뿌리고, 로터베이터로 흙과 골고루 섞는 방식이 가장 보편적입니다. 퇴비기로 아무리 잘 살포해도, 그걸 흙과 섞어주지 않으면 뿌리 근처엔 농도가 높고, 끝자락은 비어버리는 일이 생기죠.
그래서 이번 인도네시아 수출용 부품 작업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로터베이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현지 담당자도 “로터베이터 세트로 함께 가져가면 좋겠다”는 말을 꺼냈고요. 물론 이번 건은 퇴비기 부품만 먼저 나가는 건이었지만, 결국 현장에선 둘을 함께 운용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했습니다.
부품 하나에 담긴 사용자의 시선
이번 작업에서 가장 많이 수정된 건 브래킷의 체결 위치였습니다. 인도네시아 현장에서는 트랙터 후방의 유압 구조가 국내와 조금 달라, 기존 위치로는 간섭이 생긴다는 피드백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도면을 다시 열고, 체결홀 위치를 족므 수정한 버전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사소한 변화는 도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사용자는 금방 알아차립니다. “왜 이게 여기에 있지?”라는 질문 하나에서 출발한 수정이, 결국 운용 효율을 크게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터베이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에콰도르 출하 사례에서처럼, 로터베이터의 날 위치 하나, 회전 속도 하나가 퇴비기와의 궁합에 큰 영향을 줍니다. 결국 두 장비는 같은 밭 위에서 한 작업을 나눠서 수행하는 관계니까요.
기계보다 먼저 움직여야 하는 건 준비입니다
이번 부품 수출은 수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중요도는 작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선 부품이 먼저 도착하고, 그걸 기준으로 기계 조립이나 트랙터 연결을 준비하니까요. 그래서 저희도 납기보다 하루 먼저 포장을 마쳤고, 현지 날씨에 맞춰 방습처리와 단위포장 방식을 조정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지 담당자에게 로터베이터 세팅 시 고려할 점을 정리한 가이드 파일도 함께 보냈습니다. 부품은 퇴비기지만, 그걸 제대로 활용하려면 로터베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보조해야 하는지도 알아야하기 때문입니다.
기계는 혼자 일하지 않습니다
퇴비기든 로터베이터든, 기계는 혼자 일하지 않습니다. 늘 다른 기계와, 다른 환경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움직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부품 하나를 만들 때도 묻습니다. “이게 어디에 쓰일까? 어떤 흐름 속에 놓일까?”
이번 인도네시아 수출도 그 연장선이었습니다. 단순히 부품을 보내는 일이 아니라, 그 부품이 어떤 흐름 속에서 역할을 하게 될지를 상상하고 준비하는 일이었죠.
앞으로도 그린맥스는 기계보다 현장을 먼저 떠올리며, 그 흐름 속에 잘 어울리는 기술을 만들어가겠습니다.
– 그린맥스 강대식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