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저녁 6시가 채 되기도 전에 해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공장 마당 한쪽은 어둑하고, 작업장 안에서는 마지막 포장 점검이 한창이었습니다. 그 시간, 메신저 알림 하나가 떴습니다.
“ KT190 로터베이터 40대 계약 확정 – 이집트 암로사.”
이집트와의 거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KT190 모델로만 40대를 한 번에 확정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뭔가 분명히 달라진 지점이 있다는 뜻이겠죠.
로터베이터 KT190, 이집트로 갑니다
KT190은 그린맥스의 로터베이터 제품군 중에서도 중형 모델에 해당합니다. 수출용 기준으로 보면 보편적인 사양이지만, 이집트에서 40대라는 수량이 의미하는 건 단순한 '보급형' 수준을 넘어선 신뢰라 생각합니다.
처음 요청은 단순했습니다. “견적부터 주세요.” 기술 상담보다 먼저 단가 요청이 들어올 때는, 이미 사전 검토가 어느 정도 끝났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이집트 암로사 측은 과거 RT190 모델의 작동 영상을 자체적으로 분석했고, KT190의 구조가 현지 토양에 더 적합하다는 피드백을 주기도 했습니다.
모래와 자갈이 섞인 땅에서는, 회전 날이 토양에 깊게 박히기보다는 일정 깊이에서 균일하게 부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KT190은 그런 조건에서 오히려 강점을 보이는 모델이죠.
사양은 같아도 세팅은 현지 맞춤
이번 계약도 내부적으로는 ‘반복 생산’으로 분류되지만, 실제 작업 현장에서는 오히려 더 세밀하게 접근했습니다. 프레임 보강 방식, 토출 방향, 날 구성 등은 모두 기존 이집트 수출 사례를 기준으로 재정비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모가 잦은 부위에는 내마모성 소재를 옵션으로 적용했고, 현지에서 자주 교체가 필요한 부품은 별도로 패킹했습니다. 지난 에콰도르 수출 사례에서처럼,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수출은 늘 일정과의 싸움
수출이라는 일은 늘 일정과의 싸움입니다. 이집트는 계절별 농사 주기가 명확하고, 장비가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다음 철로 넘겨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출하 전 체크리스트에는 사용 매뉴얼 외에도 유지보수 가이드, 고장 시 대응 절차까지 포함시켰습니다.
이전에는 이런 문서를 ‘있으면 좋은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없으면 안 되는 것’이 되었습니다. 특히 대량 수출일수록, 그 문서 하나가 통관에서도, 설치 현장에서도, 기술 상담에서도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계약을 만든 건 기계가 아니라 준비
이번 계약은 단순히 기계가 좋아서 된 게 아닙니다. 이전 모델의 작동 이력, 현지 피드백 반영, 세부 부품 조정, 납기 대응력—이 모든 게 모였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이는 지난번 로터베이터 출하 전 확인 사례에서도 강조드린 바 있습니다.
그린맥스는 ‘한 대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많이 만들어도 한 대처럼 준비하는 회사’로 남겠니다.
– 그린맥스 대표 강대식 드림




